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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5 아 백제여, 금강이여 - 전주 가는 여정기


새하얗게 빛나던 여름밤이었다. 꿈은 밤하늘에 새겨지고  - 전주 가는 여정기


 계백, 성충, 견훤 , 대백제의 웅혼한 숨결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근세사 농민군의 함성이 이제라도 들릴 듯한 역수 삼백리 금강을 건너면, 까가머리 이등병의 청춘 논산 훈련소, 조선조 삼남대로로 유명한 삼례를 거쳐 온전한 고을이라하여 온고을이라 불리는 곳,백제 옛시절 비사벌이라 부르는 전주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 전라도 개땅쇠 만나러 가는 길 
 욕망의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니 역사의 길이 필자를 짓눌러 온다. 정안휴게소를 버스는 이제 출발한다.천안논산고속도로는특별히 언급해야할 만한 역사적 위치를 가진 고속도로는 아니다. 다만 대전 회덕으로 오는 호남고속도로에 비해 30분 빨라졌다는 것과 민자고속도로여서 통행료가 다른 고속도로보다 2배가량 비싸서 비틀기 좋아하는 골수 반골들은 ‘고속도로에서도 전라도 개땅쇠들은 천대받는다’고 투덜거린다는 것이 문화의 이면을 드러내준다.

 
 말이 나온 김에 적어보자면 이런 말들이 있다. ‘서울 깍쟁이’, ‘강원도 감자바위 또는 비탈가랑이’, ‘함경도 또순이’, ‘충청도 멍청이’, ‘경상도 보리 문딩이’, ‘전라도 개땅쇠’라고들 한다. 얼핏보아 지역성을 드러내고 지역을 차별하느니 하는 말들을 하지만 다 생각하기 나름일 듯 싶다


 개땅쇠를 “갯벌 땅이나 파먹는 천한 것”들이라는 비하어으로 해석하면 그만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개땅쇠의 어원부터가 심상치 않다. 서해 갯벌에 지나지 않던 김제땅에 벽골제를 만든 것이 전라도 개땅쇠인 것이다. 갯벌에서 나온 말이 ‘개땅쇠’인데, 개땅쇠란 ‘개+ㅅ+땅+쇠’로서 이는 곧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농경지를 만들고 자연과 더불어 이땅에서 숨 쉬어 온 전라도 민초들의 도전력과 개척성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민간에서 떠도는 많은 이야기와 단어들은 모두 다 저마다의 역사와 문화의 씨줄 날줄을 가진 생명이다. 개땅쇠의 스토리 텔링은 땅파먹는 천한 것들의 수천년 누래로 쌓여온 한(恨)의 응집체이며, 한풀이의 상생춤이 결국은 1894년의 갑오농민혁명으로 터지는 것이다. 한과 해방이 어디 서로 다른 것이랴.


 기쁨과 슬픔이 서로 다른 것이랴. 그대의 하늘과 나의 하늘이 서로 다른 것이랴. 억압과 해방이 서로 다른 것이랴.여기서 ‘서울 깍쟁이’, ‘강원도 감자바위 또는 비탈가랑이’, ‘함경도 또순이’, ‘충청도 멍청이’, ‘경상도 문둥이, 경상도 보리 문딩이’의 문화비평적 이해는 읽는 이들의 몫으로 남기기로 한다.

 
▶ '백제고속도로'의 상상력과 '천안논산고속도로'의 무미건조함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천안,공주,부여,논산을 통과하는 민간자본 고속도로이다. 개인적으로 이 고속도로 이름을 ‘백제고속도로’라고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이다. 천안논산고속도로라는 지명을 딴 고속도로 명칭이 주는 무미건조함과 사무적인 태도는 그저 차안에서 나그네를 잠들게 할 뿐이다. 그러나 ‘백제고속도로’라고 하는 순간 상상력은 우리 역사의 기쁨과 한탄 아쉬움으로 나그네를 잠 못들고 일렁이게 하니 천안에서 전주까지의 한시간 여정은 짧기만 하다.

 
▶ 잊혀진 백제와 또 하나의 왜(倭)
 백제는 우리에게는 잊혀진 국가이다. 승자의 편에선 역사의 기록들이 사멸시킨 웅혼한 백제는 슬픈 전설로만 다가온다. 천안논산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길목마다 역사의 편린들은 아프게 찔러만 온다. 식민사학의 후손인 주류 사학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백제의 대륙경영설, 오늘날의 전남 나주 일대에 분포된 한민족의 또다른 부족국가로서의 왜(倭(왜))의 실체, 형제국이나 다름없던 오늘날 일본으로서의 왜(倭), 그 왜를 왜구로 격하하여 해적떼거리로 만드는 것은 고대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전체를 통괄하는 역사의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지 못한다.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사실은 고구려, 부여, 백제, 신라, 가야가 공존한 기간이 삼국만의 시대보다 더 많다. 따라서 삼국시대라는 말은 아주 짧은 시기에만 해당된다)이 서로 접경지역에서 때로는 서로 왕까지 죽일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침략한 것을 우리는 해적질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왜의 해적질은 백제와 연관된 왜로서 고대삼국이 아닌 고대사국의 국가간 전쟁으로서 이해해야 한다.

 
 그 왜의 백제와의 주 교역로가 오늘날의 금강이다.

 
 - 어렵고 힘드네요, 더운여름에 스스로 글감옥을 자청하다니 미련 곰탱이 같으니라고, 전주가는 버스가 헐덕이니 저도 좀 쉬어갈랍니다. 훈요 팔조의 차령이남이야기, 금강의 역수 삼백리의 풍수지리, 신동엽ㄷ의 서사시 '금강', 갑오농민혁명군의 우금치 전투, 금강 시원 장수 뜬봉샘 이야기, 낙화함의 삼천궁녀의 진상, 논산훈련소, 다산정약용의 유배길 삼남대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하는데 어찌 써질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은 여기까지 입니다. 언제 다시 이어서 포스팅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