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에세이

2. 스크루우지 자본주의가 겁 없이 제작한 인기드라마 '강너머 남쪽'에는 - 전주가는 여정기



 스크루우지 자본주의가 겁 없이 제작한 인기드라마 '강너머 남쪽'에는

 

 
 경부고속도로와 그에 맞닿은 강남의 신화 그 뒤안길에는 지금은 전설이 된 숱한 개발연대 시대의 '자이언트'와 '욕망','부의 신념', '비뚤어진 돈키호테','쫒겨난 이들의 눈물'이 있다. 땅의 욕망들이 마그마처럼 치끓어 올랐다. 우리에게는 엉뚱한 것으로 종종 비유되지만 사실은 자본주의 여명을 여는 도전적인 부루조와의 욕망을 표현하는 인물이 돈키호테이다. 돈키호테는 머나먼 한국의 강남에 와서는 탐욕의 스크루우지로 변해버렸다. 한국도시의 자본주의는 상상력의 도전으로 창조하는 돈키호테의 것이 아니라 근대성의 개안이 없는 수전노 스크루우지의 자본주의로 변절되었다. 일확천금을 얻었지만 사랑은 얻지 못했던 영화 '자이언트'에서의 제임스딘은 한국으로 건너와 말죽거리 잔혹사를 잉태했다.  자이언트는 폭력적 수탈과정을 일삼는 거대 권력과 투기자본의 상징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다.  자이언트의 폭력은 가진자들이 부르기를 '양아치들의 폭동'이라 부르는 광주대단지 사건의 전초였으니......

  
 해마다 시청자 백만을 불러들여 세계초유의 급성장 도시를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당초 각본이 없었으나, 욕망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서 최고의 인기극으로 부상하였다. 강남은 치밀한 국토공간 계획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당시 서울시장 김현욱은 서울 인천 축을 핵심개발지구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혜은이 노래 제3한강교로 유명한 한남대교의 준공과 경부고속도로 준공은 교묘하게도 우연의 일치로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박정희 세력의 정치자금 조달과, 독재정권을 버팅겨 줄 '개발연대'세력에게 주어야 할 하사품이 필요했다. 권상우는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어긋난 청춘의 방황을 보였지만, 지금 하우스 푸어의 울음으로 가득찬  말죽거리 신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강남은 해마다 인구 백만을 유입하는 거대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서울의 탄생이었고, 천민자본주의가 겂없이 세운 바벨탑이었다. 식민지 조선의 소설가 '이상'에게 피안의 탈출구였던 서울역은 욕망의 블랙홀로 빨아들이는  자본의 화구로 변모했다. 가자 강남으로      

 
 경부고속도로와 주변이 개발되는 곳은 토지구획정리방식이 적용되었다. 공공용지를 개발하면서 민간시설까지 같이 개발하는 방식이다.재원이 부족할 때 잘 사용되는 이 방식에 수많은 비자금 조성과 투기 원주민의 눈물과 억울함 한숨이 한강을 덮었다. 강남의 개발은 곧 경부고속도로와 이런 상관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개발수요가 무르익어서도 아니고, 차분하게 준비된 장기계획이 있어서도 아니고, 돌연, 우발적으로, 그리고 치밀한 사전계획 없이 시작됐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오로지 돌연히 등장한 경부고속도로의 도로용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규모의 구획정리사업을 펼친 것이다. 그도 처음에는 313만 평으로 시작해 520만 평으로, 나중에는 정부청사를 옮긴다고 937만 평으로 용수철처럼 마구 늘어났다.


  불쑥 나타난 경부고속도로사업 때문에 기존의 드라마 대본은 폐기처분해야 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불도저 김현옥 시장은 애시당초 강남개발이 아니라 여의도를 거점으로 서울-인천축으로 성장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대본 없이 시작한 강남개발의 드라마는 첫 장면을 찍고 뒤따라 줄거리를 만들어냈다. 수요가 없는 강남개발을 시작하고는 땅값을 부추겨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시책을 양산한다. 공무원 아파트 건설, 특정지구개발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 제정, 강북 일대의 백화점, 고등학교, 술집 등의 신설억제, 고속버스 터미널 입지 마련, 영동 아파트지구 개발 등이 이어진다. 모두 강북을 고사시킨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었다. 오늘날까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강남 불패'의 신화는 개발촉진시책을 끊임없이 생산해낸 정부가 경부고속도로 공사 시작 때부터 만들어낸 것이었다.